6月의 新婦(신부) / 1977 / 47 x 34
6월의 신부(新婦) (47×34cm)
흰 꽃다발을 한아름 안은 황의의 여인은 무엇인지 생각에 잠기고 있다.
주제로 보아서는 6월에 시집가는 신부를 그린 것 같다.그러나 신부의 표정은 밝지 않고 약간 어둠이 깔려 있다.
그것은 앞으로 닥쳐올 미지의 세계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 때문일까?
인생을 그저 즐거운 것이라고 좋아할 시절은 지난 것 같다.
그렇다고 인생을 다 산 할머니처럼 허무한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왜 사느냐면 낳았기 때문에 살아야 하고 기왕 살바에야 보람있게 살려고 생각할 따름일 것이다.
특별한 기대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한 실망도 없는 담담한 항로, 그것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나비는 언제든지 현실에서 떠나 상상의 세계로 뛰어 들 수 있는 가능성을 상징하고 있다.
아열대 Ⅱ / 1977 / 48 x 46
아열대 Ⅱ (48×46cm)
이 작품도 아열대 지방의 원색이 짙은 색조와 두터운 조직을 가진 여러 가지 꽃을 주제로 그린 것이다.
화가 천경자는 이와 같은 아열대 지방의 식물에서 강렬한 원시적인 생명감을 느끼고
그것을 예술화하려고 노력했다.
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는 식물에는 그것을 그토록 자라게 한 강렬한 태양광선이 절대적인 것이다.
이 그림에는 태양광선이 꽃들의 색조 속에 분절적으로 잠재하고 있지마는
그와 같은 강인한 생명감은 삶의 여로에서 회의를 느끼고 있는 한 인간에게 원초적인 생명감을 일깨워 준다.
이 그림에서도 그녀가 가끔 그리는 마리린 몬로의 이미지를 곁들이고 있다.
그녀가 마리린 몬로의 영상을 작품에 도입하는 것은 미국의 팝·아티스트들이
가장 대중적인 매개체를 표현하는 것과는 달리 모든 사람에게 알려진 마리린 몬로라는 인간상을 그려 넣으므로써
대중과 작품의 대화를 꾀하는데 있다.
따라서 이 때의 마리린 몬로는 미국의 이름난 여자배우라는 이미지를 떠나서
누구나 아는 얼굴이라는 통속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멀리서 온 女人(여인) / 1977 / 34 x 21
멀리서 온 여인(女人) (34×21cm)
목이 긴 것을 보면 분명 슬픔을 아는 여인같다.
노천명의 시에 사슴을 향하여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라고 한 시귀절도 있지만
이 그림은 그러한 맑은 슬픔의 조형적인 표현같다.
양쪽 귀에 단 꽃은 달걀모양의 얼굴형에 안정감을 주고 있지만
여인의 두 눈에 서리고 있는 감출 수 없는 비애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분홍빛 의상은 청색의 꽃과 머리를 휘감은 백색 베일과 더불어 가장 고귀한 색의 개조를 이루고 있다.
가장 단순화된 구도와 계산된 주제의 처리는 가장 소품이면서도 확대되는 무한대의 공간을 암시하고 있다.
여인의 표정은 고귀하다 못해서 투명해지고,
그 투명의 종점에서 인생의 의미를 자아내고 있다.
흑색에 가까운 배경의 색조가 여인과 의상과 꽃과 흰 베일을 돋보이게 한다.
恨(한) / 1977 / 51 x 43
한(恨) (51×43cm)
이 작품도 주제의 한이라는 것을 떠나서 조형적으로나 이미지상에서 고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화면의 구성은 지극히 단순해서 한가닥 꽃이 윗부분에 소복히 모여있는 구성이다.그
꽃은 화려하지도 않고 어딘지 슬픈 역사를 머금고 있다.
그 꽃에는 나비가 날아들었지만 그 나비조차 즐거운 표정은 아니다.이 꽃의 형성은 이조여인들,
특히 애상에 쌓인 이조여인의 머리에 꽂힌 꽃잠과 같은 것이다.
화가는 이 꽃잠을 통해서 남성사회에 억눌려서 한(恨)많은 인생을 보낸 뭇 여인의 깊은 동정을 표시하고 있다.
수녀 테레사 / 1977 / 53 x 45.5 / 종이에 채색
미모사 향기 / 1977 / 33.4 x 21.2 / 종이에 채색
아열대 Ⅰ / 1978 / 73 x 91
아열대 Ⅰ (73×91cm)
아열대 지방의 강렬한 태양이 길러낸 강인한 생명력 세 가지가 이 작품에 집약되고 있다.
그 하나는 원색의 강함을 보이고 있는 꽃이고, 또 하나는 대지를 기면서 지혜로운 삶을 계속하고 있는 실뱀
그리고 셋째는 꽃에 못지않은 화려한 색에 물들고 있는 아열대 지방의 나비들이다.
이 작품은 그와 같은 아열대의 산물을 화면 가득히 분산, 배치함으로써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효과에 도달하고 있다.
어느 의미에서는 통속적인 삼차원의 원근법을 무시하여 거의 이차원적인 표현을 준 것이
하나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와 같은 평면적인 배려는 곧 하나하나의 배치가 정면을 바라다보게 그려지고 있는 것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단조로운 화면에 변화를 준 것은 보랏빛으로 처리된 등꽃이다.
탱고가 흐르는 黃昏(황혼) / 1978 / 48 x 43